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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이미지

보일듯 말듯한 채로 요즘 머릿속에 자주 드는 생각을 간단히 남겨본다.

컴퓨터를 처음 배울 적, 그러니까 전역하고 2013 년 첫학기에 논리설계, 논리설계실험, 이산수학을 들을 적부터 얼마전까지 내게 컴퓨터는 줄곧 계산을 빠르게 할 수 있고, 정보를 넣었다 뺄다 할 수 있고, 자기들끼리 통신이 가능하고, 들고다닐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그러다 요즘 대학원물(필요해서 읽는 논문들이나, 정보시각화 수업)을 먹으면서 ‘사람 대신 의사 결정을 하거나, 사람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서 컴퓨터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래는 이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줬던 몇몇 자극들.


VisMatchmaker: Cooperation of the User and the Computer in Centralized Matching Adjustment

링크 제목부터 딱 뭐다 싶지만, 생각보다 앞부분에 있는 Matching 에 대한 기존의 경제학 및 알고리즘적 접근을 다룬 내용이 두꺼워서 자세히 읽지 못하고 Paper box 에 묵혀둔 논문이다. 저 Cooperation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하자면 원래 Matching 을 할 때 컴퓨터는 여러 요소를 고려하고, 처리하고해서 결국 선택을 하는데 이 과정에 있는 요소들을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시각화화고, 필요에 의해 조작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이 부분은 어느날 논문을 쭉 읽고 확 수정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맨날 off-the-shelf 로 머신 러닝을 쓸 궁리만 해서 컴퓨터의 의사결정 과정은 블랙박스에 있다는 편견이 강했는데, 이 논문과 요새 기존에 넘어갔던 수식들을 한줄 한줄 보려는 노력 등이 더해져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AXIS: Generating Explanations at Scale with Learnersourcing and Machine Learning

링크 마찬가지로 제목에 조금 더 살을 붙이자면, 온라인 상에서 학습자에게 수학문제를 풀고 그들로 하여금 설명을 만들게 한다. 여기까지만 하면 당연히 논문이 안되고, 앞선 학습자(say 선배)가 작성한 여러가지 설명 중 어떤 설명을 후배에게 보여줘야할까 하는 문제를 후배들의 평가와, 이를 바탕으로한 Multi-armed-bandit 알고리즘으로 풀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크라우드소싱 논문들을 읽다보면 사람의 판단이랑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내 기준으로) 기발하게 엮여있는 경우가 많다.


TOROS: Python Framework for Recommender System

링크 파이콘에서 발표된 카카오의 수많은 서비스에서 사용되고 있는 추천 프레임워크에 대한 이야기. Python 이 느리면 C 를 붙이자, 괜히 GIL 가지고 고민하지 말고 Job queue 를 싱글 프로세스 여러 개가 Consume 하게 하자(생각해보면 어차피 컴퓨터 여러대에서 돌릴건데 Thread-safe queue 란 말도 부질없다. 그냥 메시지큐를 쓰자) 캐쉬로 Redis 는 비싸니까 RocksDB 를 써봐라 등의 기술적 내용도 재밌었지만, 중간에 시스템의 기능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추천 결과를 서비스에 바로 적용하는게 아니라 기획자가 몇몇 처리를 해야한다는 내용이 인상깊었다. 뉴스를 예로 들면, 알고리즘 상으로 이거 추천하면 분명히 클릭한다! 싶은 기사들이 있지만 언론의 책무때문에 그러면 안되는 경우들이 많다고. 사실 무척 당연한 얘기인데 실제로 들으니까 느낌이 또 달랐다.


닷지

gif 마찬가지로 파이썬에 관한 슬라이드인데 중간에 머신러닝에 대한 사례로 팀원이 Tensorflow 로 간단히 만든 총알피하기 모델을 소개하셨다. 알파고야 구글이니까…하고 그렇다 치는데 이 게임은 개인이 간단히 만든 것이고, 또 이 닷지라는 게임을 어렸을 때 곰플레이어에 들어있는 이스터에그로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어서 충격이 컸다. 컴퓨터가 스타 2 를 인간보다 잘하게 되는 날이오면 바둑인들이 그랬듯이 충격이 클 듯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알파고와 이세돌이 대결할 때 사람들의 충격이 컸던 것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Logojoy: AI-powered logo creator

HN 링크 해커뉴스에서 1000 점을 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이 기사가 그랬다. 12 년 경력의 디자이너 겸 개발자, 한국말로 디발자가 머신러닝을 공부해서 PHP + MySQL + jQuery 로 뚝딱 만든 서비스인데 장사가 잘된다고. 실제 들어가봐서 몇 개의 로고를 만들어 봤는데 퀄리티가 은근히 괜찮다.


여기서 컴퓨터와 인간의 공생을 운운하려는 생각은 하나도 없고(오히려 그러면 약장수 느낌이 난다), 어느새 컴퓨터가 우리의 판단에 훅 들어온 것에 대해 남기고 싶었다

Published 1 Dec 2016

If I keep marking the dots, someday they w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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