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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티 나게 딴짓하기를 읽고

평소 주말에 컴퓨터 앞에 앉아있자면 스스로가 저성과자 같고, 취미가 별로 없는 사람 같고 괜히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이 책(네이버 책 정보)을 읽고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약간의 힌트를 얻은 것 같다.

저자는 처음에는 자신의 딴짓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들이 점점 동료들의 인정을 받고, 결국 시장에 출시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자신만의 ‘딴짓’을 할 시간을 내는 노하우를 소개하는데, 사실 크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 평일 아침과 저녁, 그리고 주말을 잘 사용하라는 것이다. 다만 ‘명백한 회사 일’은 정해진 일과시간(9~6) 내에 최대한 끝내도록 노력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스스로를 신나게 하는 ‘딴 짓’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한 챕터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문득 알람앱에 부족함을 느껴서, 더 나은 알람앱을 기획하고, 프로토타입을 코딩한 어느 일요일을 설명하는데 글을 읽는 내내 일에 찌든 느낌은 하나도 없고, 저자의 호기심과 흥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위의 내용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려면, 우선 ‘해야하는 일’과 ‘그 이외의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을 먼저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 ‘해야하는 일’: 조교 업무(스튜디오, 채점, 질의 응답), 학생 업무(숙제, 시험 공부), 프로젝트
  • ‘그 이외의 나를 즐겁게 하는 일’: 그냥 (책/아티클/논문) 읽기. 코드를 짜는 공부.

분류를 하면서 내 연구는 어디에 놓아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연구는 대학원생의 업이기도 하고, 매주 교수님과 progress 를 논의하니까 ‘해야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동시에 연구가 재미가 없다면, 나는 대학원에 있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연구가 ‘해야하는 일’이 되는 순간 휴일에는 안했으면 싶은 일이 되버린다. 이 모호함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인터넷에서 ‘대학원생 주말’ 등의 키워드로 이래저래 검색을 해보았다.

공부를 하면서 포기해야하는 부분 중 가장 큰 부분은 자기 개인적인 생활이 없다는 겁니다. 회사원의 경우, 주중엔 회사를 다니고 주말엔 개인생활을 하며 나와 회사를 분리하는게 가능해요. 하지만 박사과정을 지내면서는 항상 논문 고민을 해야했죠. 항상 일과 개인이 분리되지 못한 채 지내야 하는 점이 어려웠어요. 대학원 진학 좌담 인터뷰 | “대학원 공부는 승부방법 달라 적성과 끈기 필요해

대학원에 가게 되면 수업, 과제, 연구, 조교와 그 외 잡일 등으로 쉴 새 없이 바쁘게 된다. 특히 온갖 잡무를 처리하는 와중에도, 실험하고 논문 쓰면서 내 연구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게으르거나, 워커홀릭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여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한국의 많은 연구실에서 랩미팅은 토요일 오전에 한다 (내가 스탠퍼드에 있을 때 친구들에게 한국에서는 토요일 아침에 랩미팅을 한다고 하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스탠퍼드의 우리 연구실이 금요일 오후에 랩미팅을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던 상황이었다) 한국의 대학원생은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주말이 있는 삶을 살기도 쉽지 않다. 나는 과연 대학원에 가야 하는 걸까

정상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서 인풋 대비 아웃풋이 어느정도 비례관계를 안 가지면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여기에 개인능력치를 곱하면 대충 성과로 연결되지 않던가요. 강제적으로 랩에 나오게 하는 것에는 당연히 저도 반대지만… 뭐 어느 정도는 타의에 의해서라도 성과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는 것도 사실이죠. [오피니언] 대학원 주말근무?

대학원을 직장으로 안다면 주말이 그리워지고 당연히 노는날로 생각할겁니다. 맞습니다. 주말은 재충전을 위해서 쉬는게 맞습니다. 그러면서 논문도 많이 나와준다면 금상첨화지요. 그런데 대학원 졸업후에는 뭐 할겁니까? 교수든 연구원이든 인생을 걸고 추진해야할 목표가 있지 않나요?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논문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많을수록 좋습니다. [오피니언] 대학원 주말근무?

Really motivated students work on the weekends. I usually drank beer and played super smash brothers. What do graduate students do on weekends?

I’m a PI with several students and postdocs. My first advice to them is – enjoy your science. If you’re talking about work/life balance, the implication is you don’t enjoy the work and you do enjoy life outside work. If that’s the case, do something else, you’ll be better paid and enjoy it more. Science is a great occupation for people who really love science, but a useless career if you don’t. My second advice is – when you can, work hard, and when you can’t, go away with a clean conscience. If working on Saturday (or in the evening or whatever) allows you to get an experiment done, do it! In exchange, if you want to take a day off or enjoy your holidays or take your kid to the baby gym in the middle of the day, do it! I did. Too many correspondents treat work/life balance as a one way thing – “I will not work weekends, it is unacceptable to my work-life balance” but “I have to take Thursday afternoon off to take my kid out”. The thing about science is you get judged by the amount of success, not by the hours you work, so if you can save 10 hours on Monday by doing 1 hour on Sunday afternoon, that’s great! Go in on Sunday! And do something fun on Monday. THAT’s work/life balance. Not refusing to work at particular times. Can scientists really have work/life balance?

마지막 글귀를 읽고서 다른 조언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연구가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진로 중에서) 가장 즐겁지 않으면 연구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연구를 업으로 하기로 했으면 연구를 잘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될 일이다.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매력 아닐까 (대신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 이걸 고민하기 위해서 석사를 한다고하면 시간이 많이 아깝지만, 석사 학위를 얻는 동안 얻을 수 있는 배움 중에 하나임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연구가 즐거운지를 알려면 연구를 해야한다.

Published 14 May 2017

If I keep marking the dots, someday they w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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