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연말에 어디 여행을 가지 않아가지고 회고를 쓸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연말을 이렇게 조용히 보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경을 많이 쓴 분야부터 하나씩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결혼

올 5월에 결혼을 했다. 그렇게 오래 만난 것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나머지는 결혼해서 여생동안 알아가도 충분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평소 연락을 자주 주고 받지 않은 분들도 많이들 축하해주셔서 감사했다. 앞으로 연락은 잘 못해도 경조사는 (특히 조사는) 더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결혼 전에 인간관계는 주로 회사 사람이랑 (학연으로 생긴) 친구들이었는데 여기는 마음이 안 맞거나 관심사가 달라지면 교류가 자연스레 적어지는데, 부부는 그럴 수가 없으니 사이가 좋았다 나빠졌다 하는 것이 처음에 신기하고도 어려웠다. 기존의 인간관계는 게임을 컴퓨터랑 하는것 같다면 부부관계는 사람이랑 멀티플레이를 하는 느낌이랄까. 개인의 성숙에는 확실히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5월에 결혼을 하고 나서 남프랑스로 신혼여행을 가고 여름에 또 발리로 여행을 갔다. 평생 같이 여행을 할 사람이 생겨서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건강한 나이에 일찍) 은퇴를 할 수 있다고 해도 은퇴하고 뭐하지 했는데 이제는 만약에 은퇴를 하면 일단 부인이랑 세계 곳곳을 좀 다녀보고 싶다. 그러고 나면 뭐라도 생각이 들겠지 싶다.

투자

재산의 대부분이 비트코인과 테슬라였으니 올해는 투자적으로 아주 감사한 1년이었다. 사실 지난 하락장에 저점을 찍고 비트코인/테슬라 만큼 오른 종목은 많으니 성적이 아주 빼어났다고는 할 수 없어도, 내 생각이 결국 지나고 보니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참 좋았다 (좀 다른 얘기인데 학회 같은 곳에서 test of time이란 말이 참 멋있다고 생각한다). 변동성을 아래로도 맞아보고, 위로도 맞아보니까 + 그리고 결혼도 했으니 변동성을 좀 줄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었는데 아직까지 포트폴리오에 반영된 것은 별로 없다.

다만 원화의 가치가 날로 떨어지고 있어서, 수입의 대부분이 원화인 입장에서 고민이 많이 되고 있다. 자산은 대부분 달러 기반이라고 해도 여전히 노동소득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강

당장 아픈 것은 아니어도 YoY로 체중이 늘어났고, 또 점점 병원을 다니는 횟수가 늘어난 것은 나쁜 징조라고 생각해서 경각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건보료는 많이 낼수록 좋고 병원비는 최대한 덜 내는게 좋은 것 같다. 최근에 양압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낮에 졸린 것도 사라져서 마치 회춘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 정상체중으로 돌아가면 컨디션이 더더욱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취미

결혼을 하고나서는 주로 아내랑 무언가를 해먹거나, 사먹거나하는 것이 취미가 되어버렸다. 내가 혼자 요리할 수 있으면서 + 아내랑 나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점점 생겨서 좀 뿌듯하다. 다만 살이 안 찌면서 맛있는 음식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

11월에는 20년된 NF소나타를 보내고 테슬라 모델3를 샀다. 320i를 살까 모델3를 살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1달 타보니까 관리 부담이 덜하고 연료비도 덜 들고 3시리즈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재미가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사자마자 광주랑 남해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피로도가 적어서 날씨가 풀리면 내륙 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계획하고 있다.

읽고 정리한 책이 6권 밖에 없어서 블로그 > 서재 새해에는 좀 더 읽어보려고 한다. 중간에 책을 더 읽으려고 리더기를 하나 샀는데 그냥 흑백 화면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돌아가는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회사일

한 팀에 오래 있어서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히스토리로 먹고 살아도 먹고는 살아지는 시기…), 매니저가 중간에 바뀌고 또 리더십에서 우리팀 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셔서 나름 빡센 1년이었던 것 같다. 내가 모든 태스크를 팀원들보다 잘 할 수가 없다고 느껴서 다른 분들이 일하기 편하게 잡일들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어쨌든 내가 search engineer / ranking engineer 비스무리한 일을 하고 있으니 성공적인 실험을 많이 해내는 것이 개인으로보나 팀으로 보나 제일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어느덧 잡일이 많으면 불평하기보다는 왜 잡일이 많을까, 구조적으로 줄일 수는 없을까 고민해야하는 연차가 되버렸다.

내가 하는 일에도 LLM을 활용한 페이퍼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런 것을 잘 팔로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건 기본이고 이걸 실제 회사에서 실험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하고 실행하는게 더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이런걸 좀 신경써서 해보려고 한다.

새해

감량만이 유일한 목표이다. 나머지는 그냥 흘러가는대로 가도 크게 방향이 틀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체중은 진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