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회고

이 블로그의 정체성을 회고 블로그로라도 남기고 싶어서 너무 늦기 전에 에디터를 켰다.

일 외적인 이야기

솔직히 올해는 회사/팀을 옮긴 것도 아니고 해서 일 외적인 일을 먼저 써보고 싶다.

투자

결과와 별개로, CPU 점유율 마냥 내 뇌의 점유율을 계산할 수 있다면 일 빼고는 단연코 1등이라서 첫 번째 자리에 넣었다. 적립식 투자의 장점은 고민을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락장을 실제로 맞아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모아도 자산이 계속 주는 경험을 한 번 해보니 좀 더 나이를 먹어서 다시 상승장을 만나면 완급 조절을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이건 내가 실제로 중년이 되어봐야 안다. 다행히 투자하는 자산들에 대한 뷰에는 변화가 없고, 수입이 당장 확 줄거나 그러지는 않아서 수량을 열심히 늘리고 있다. 과연 내 포트폴리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고민을 하다가도 자꾸 내가 망할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시간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운동

그래도 올해 딱 하나 잘한 일이 있다면 헬스장 나가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는 것이다. 몸이 변하는 것은 일단 후순위로 놓고 파워리프팅 식으로 일단 무게를 많이 드는 쪽으로 PT도 받고 연습을 했더니 어쨌든 무게 자체는 조금씩 올라서 은근히 재밌다. 아직도 3대는 300도 채 안되지만 그래도 내가 들 수 있는 최대 무게에서도 안 다치고 연습을 할 수 있으니 계속 꾸준히 하면 무게는 어쨌든 늘 것 같다. 3대 중량은 비루하지만 그래도 평소에 계단을 오른다던가 문 밖에 있는 캔음료 택배를 옮긴다던가 할 때 근력 운동하는 보람을 쏠쏠히 느끼고 있다. 정신적으로도 집에서 일하다가 폰 보다가 자고 다시 일하는 것보다 일하고 운동이라도 다녀오는 것이 멘탈 GC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이어트

운동은 한다고 하면서 체중은 고정이라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분명히 가볍게 먹으면 빠지는 것을 알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감량을 한 적도 있지만 지속을 못했다는 게 문제. 최근의 깨달음은 재료에 투자를 좀 하면 똑같이 집에서 만드는 샐러드라도 더 먹을만해진다는 점? 연어, 냉동 아보카도, 냉동 새우 이런 재료들이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단백질 함량이 좀 괜찮은 햄들도 아주 클린하지는 않지만 엄청 나쁘지도 않아서 제로 음료 비슷한 존재로 인정하고 자주 먹고 있다.

독서와 공부

책을 사기는 많이 샀는데 독후감을 쓴 책은 17권 밖에 없다. 나만의 올해의 책을 꼽아보라면

• Designing Machine Learning Systems note
• 좋은 불평등 note
• 전라디언의 굴레 note

를 뽑겠다. 개발 공부는 업무 외적으로는 거의 안 해서 요새 좀 고민이기는 하다. 주말 내내 개발에 관한 것을 안 보면 뭔가 푹 쉬는 느낌은 좋은데 이러고서 뭔가 정체된 느낌을 받으면 역시 최선은 아닌 것 같다. 워라밸은 절대적인 일하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work, life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부모님이 연식이 오래된 국산차를 하나 물려주셔서 이걸 고치고, 타고 다니면서 시간/돈을 꽤 쓰고 많은 즐거움을 얻었다. 차는 피드백을 운전자에게 바로바로 주고, 또 오래된 차들은 돈을 쓰면 바로 티가 나서 재미가 컸다. 반대로 차를 너무 모시게 되고, 연비도 별로 좋지 않으니 정작 차 타고 여행을 가지는 못하고 그냥 적당한 거리만 타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 어차피 차를 모시고 살 바에야 좀 더 특징이 명확한 차를 가져와서 고쳐보자 (예를 들면 BMW 5시리즈 E60)
• 주행보조 장비가 잘 갖춰야 있고, 부담 없이 멀리 갈 수 있는 차를 타고 많이 다녀보자 (예를 들면 요새 쏘나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일단 2023년은 아니다).

일 이야기

올해 회사에서 했던 일을 돌아보면 Production ML의 쓴맛을 봤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런칭한 실험들이 없지는 않지만 런칭을 못한 실험이 훨씬 많고, 그 결과 목표한 만큼의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실험이 언제 성공하고, 언제 실패하는지 감이 잘 없으니 어떻게 보면 성공률이 높은 것이 이상할 수도 있다 (이 발표에서 말하는 승부수랑도 닿아있는 것 같다).

최근에 많이 느끼는 것은 결국 모델/데이터도 디버깅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안 돌아가는 코드를 디버깅하는 것이 모델 디버깅을 하는 것보다 익숙해가지고 전자에 대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을 잘 내리지 않는 편인데 후자에 대해서는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푸는 문제가 세상에서 우리 회사만 푸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한 발짝 떨어져서 잘 찾아보면 도움되는 자료들이 항상 있었던 것 같고, 회사에서도 찾아보면 물어볼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21년 말보다는 22년 말이 상태가 더 나으니, 2023년에는 좀 더 잘 돌아가는 flywheel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