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회고

요즘은 이 블로그에 글을 잘 쓰지 않지만 그래도 회고는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오랜만에 에디터를 켰다.

이직 이야기

올 5월에 네이버를 퇴사하고 쿠팡에 입사했다.

왜 / 어떻게 이직을 했냐를 쓰려면 너무 길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마크업은 안하면서 리액트랑 노드는 잘 알아야 되고, 스프링도 좀 쓰고 (근데 WebFlux, Kotlin 안 쓰니까 옛날 사람 같고), 무거운 배치는 스파크로 짜는 등등 서비스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것이 너무 많은 반면에 이렇게 이곳 저곳에 스탯을 찍는 것이 맞나 싶었던 것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물론 제너럴한 SWE면 다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마크업을 못하는 풀스택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 상태에서 마크업을 더 배우기보다는 좀 더 백엔드 쪽으로 집중해서 경험을 쌓고 싶었다. 사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회사 안에서 팀을 옮겨도 충분했기는 하지만 기왕 팀을 옮기는 김에 다른 회사 문화도 좀 경험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구직 과정에서 내가 마크업을 잘 못하니 모오던하게 프론트엔드를 하는 회사들은 쓸 생각도 안했다. 서버 개발자(?)로 다른 회사를 알아볼 수도 있었을 것 같기는 한데 현재 팀/현재 포지션에 대해서는 지인 덕택에 어느 정도 파악을 할 수 있었던 반면에 다른 회사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했어서 그냥 지금 회사만 프로세스를 진행해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쿠팡에 기대했던 것은 미국맛 엔지니어링이었고 확실히 미국맛이 나기는 한데 전 회사에 비해서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다.

회사일 이야기

새로운 팀은 광고의 연관성을 개선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예전 팀에서는 내가 광고 서버를 호출했다면 이제는 광고 서버 안에서 ranking funnel을 계속해서 개선해나가는 것이 주 업무가 되었다. 연관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개선해야 좋은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올해는 측정을 돕는 도구에도 좀 기여하고, 연관성을 측정하는 모델도 만들어서 넣어보고, 매뉴얼한 설정도 넣어보고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 같다. UI를 만들고 API를 만드는 일은 그래도 어느정도 progress가 steady했는데 이쪽은 뭐가 좋은지 실험해보기 전에는 잘 모르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다. 대신에 뭔가 잘 돌아갈 때 임팩트는 꽤 큰 것 같아서 나름 매력이 있는 직무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의 성공적인 실험을 보면 나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기회를 잡아서 성과를 내신다.

사실 나는 현재 리액트/노드 개발자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검색 개발자라고 하기도 애매한 상태인데 이건 분야를 약간 바꿨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흔히 이직을 하면 내가 업무를 잘했는지 개발을 잘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익숙하던 사내 인프라/담당자/코드베이스가 싹 날아간 상태에서 새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 내가 러닝 커브가 좋은지 / 안 좋은지 잘 알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분야까지 좀 바꾸면 좀 더 확실하다^^. 어쨌든 올해 어느정도 업무/코드베이스에 익숙해졌으니 내년에는 더 많은 기여를 하고, 내가 뭐하는 개발자인가?에 대해서 더 자신있게 얘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 공부 이야기

올해는 리트코드를 많이 풀지는 않았고, 대신에 검색/랭킹에 대해서 틈틈이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예전에는 검색하면 그냥 ES에 던지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했었는데 이제는 짧은 시간 안에 query rewrite -> candidate generation -> ranking1 -> .. -> rankingN 등 다양한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관련해서 페이퍼도 계속 나와서 이거는 진짜 끝이 없구나 느꼈다. 사실 어느 정도 사이즈가 되면 성능을 0.1%만 개선해도 돈으로 치면 진짜 커가지고 우리보다 더 큰 회사들은 투자와 연구를 계속 하는 것이 정상이다.

완전 cutting-edge는 아니어도 그래도 남들은 뭘 해서 재미를 봤다더라를 잘 팔로잉하고 현재 내 앞에 있는 우리 회사 문제에 적절히 적용을 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좋은 엔지니어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페이퍼를 이것 저것 많이 읽은 것 같은데 좋은 것을 지금 추리려니 생각이 나질 않는다 -_-;; (https://github.com/eugeneyan/applied-ml#search—ranking 결국 이런 리스트랑 겹치는 것이 많다). 내년에는 블로그에 좀 정리를 해가면서 읽어야 겠다. 사실 일에서는 현재 돌아가는 시스템을 깊이 이해하고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남들이 뭐하나는 딱 교양 정도 인 것 같다.

책도 가끔씩 읽었는데 (블로그 서재 참고) 가장 괜찮았던 3권을 뽑으라면

• 크래프톤 웨이
• Bitcoin and Cryptocurrency Technologies
• Machine Learning Design Patterns

를 꼽겠다.

그냥 사는 이야기

• 올 초에 갑상선 수술을 했는데 다행히 그 이후로는 체력/체중 모두 어떤 선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지금 수준이 이상적인 것은 아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내 통제 아래에 들어온 것은 확실하다. 확실히 하루에 20~30분 정도는 숨이 차야 나머지 시간에 집중을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
• 투자, 특히 코인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데 공부를 해도 해도 비트코인 말고는 선뜻 (내게) 큰 돈을 넣지 못하고 있다. 공부가 부족한 것인가 내가 비트맥시인 것일까? 진짜 비트맥시면 이제 신경 끄고 그냥 개발만 열심히 하면 될까.